육체적 노동의 양에 따르면 교향악단에서 누가 가장 많이 받아야할까? 바이올린 연주가? 탐파니 주자 혹은 지휘자? 회화, 판화, 건축, 조각등 미술의 쟝느에 이러한 유머를 적용하면, 조각가야 말로 노동에 대해 가장 적은 임금을 받고 있지 않는가 싶다. 톱으로 돌을 짜르고, 망치와 끌로 쪼아대고 그리고 경우에 따라 샌드페이퍼로 표면을 거울처럼 만들려면 조각이야말로 노동집약적 작업이라 하겠다. 그래서 나는 조각 작품 앞에서 연속적인 망치질과 샌딩 작업의 리듬을 들어 보고 조각가의 숨소리와 땀냄새를 맡아 보려고 한다. 조각 작업에 이러한 경애심은 조각가와 감정이입을 경험하게 해준다.
카나다 조각가 협회 합동전시회에 토론토 거주 장연탁 조각가는 Elapse (시간의 흐름)이라는 제목으로 12점을 출품하였다. 개인전이라고 하겠다. 서울대학교 미대 조각과를 졸업한 후 조각가로, 카나다 미술대학에 성인 학생으로 재적할 때 제작한 (10 Stonework No. 1)로 부터 최근 작 (Torso)등 을 전시하여 한 노 조각가의 일생의 조각 여정을 보여 줄 것이다.
구도 (Composition)
이번 전시회에는 역삼각형 구도의 작품들이 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 뿐 아니라 그가 제작한 모든 작품에서도 이러한 비율을 보임을 기억할 일이다. 돌이란 그 무게에 의해 “안정성”과 “영구성”을 상징한다. 따라서 사각형이나 피라미드의 구도는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면 역삼각형의 구도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역삼각형의 구도는 움직임의 느낌을 준다. 카달로그 에세이에서 언급한 대로, 그가 만들어 날렸을 연중에 다이야몬드형의 오징어 연은 땅에서는 서 있을 수 없으나, 공중으로 나라 올라 (움직임) 안정과 자유를 획득함을 본다. 그러고 보면 연처럼 공기나 물에서 유영하는 새 (작품 Bird from Rousina)나 물고기는 역삼각형이다. 역삼각형은 삼각형이 주는 안정감에 (1) 저항하거나 (2) 이를 기억함으로써 불안정을 통해서 안정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작품들
Moonlight는 부드러워진 역삼각형의 구도이다. 작가의 제목에 따라보면 관람객은 구름을 헤치고 나오는 달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름은 작가의 치밀한 표면 구분과 정교한 테크닉으로 무겁지 않고 완성감은 보여 주고 있다. 어떤 분들은 달 대신에 어린 아이를 보고, 구름 대신에 애기 포대기를 상상하기도 하고; 혹은 누에 고치를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달이던, 갓난 아이이던, 누에고치이던 새로운 순환 — 삶의 시작을 보여준다. (Bird from Rousina 와 비교. Cf. Journey I and Journey II, Return). 이는 모두 시간의 함수이다 (Elapse).
“Torso”는 대각선이 위 아래를 1대2의 비율로으로 나누고, 그 경계에 섬세한 주름으로 완성미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은 부드러운 평면이나 많은 부분은 아직도 마멸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 작품은 구도상 1978년작 “Stonework No 1”와 흡사하다. “Stonework No 1”는 아직 마멸이 되기전 모습이랄까? 자연의 선은 곡선이나 인공의 선들은 직선이다. 두 작품을 함께 놓고 보면 시간의 풍화작용 (Elapse)을 보는 듯 하다.
Untitled (Carrara Marble)는 인체의 여러부위를 재배치한 듯한 모습이다. 한 면만 보면 부조의 효과를 갖고 있어서 회화의 느낌도 주고 있다. 오랜 세월 땅속에서 묻혀 있다 표면으로 오른 화석과 같다. 화석과 다른 점은 표면이 부드러운 점이다. 시간에 의한 풍화의 결과이리라. 만약에 작가가 가장자리 경계선들과 꼭지들을 날카롭게 남겨 놓았다면 Braque의 회화같지 않을까? (Sundance, Onyx 비교)
이 전시회의 주제는 Elapse 이다. 공간과 더불어 시간는 우리의 운명이고 우리의 한계이기도 하다. 인간은 narrative를 통해서 공간을 극복하려 했고, 한 순간의 모습을 정지시키는 회화를 통해 시간을 초월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 전시회에서 장연탁 조각가는 시간의 변화를 깊게 깊게 인식하고 있다. (Torso, Elapse, Untitled, Sundance). 또 한편으로는 여기에 익숙해지는 방법으로 기억을 탰한 듯하다 (Moonlight, Bird from Rousina). 그는 작품은 자신의 경험의 울림이며 (Echo; 1978-1996 전시 화집) 이며 작업할 때 마다 어린 시절 날려 보낸 연이 주위에 맴돌고 있음을 경험한다고 한다 (2019전시 화집). 또 다음의 전시회를 기대해 본다.